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신 후 두 번의 계절이 바뀌었습니다. 어떤 날은 조금 괜찮고, 어떤 날은 약간 힘든 시간이었지요. 매일 다가오는 슬픔의 형태가 너무 달라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았습니다.
기억을 먹고 산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 싶었습니다. 추억이 많으면 불쑥 찾아오는 그리움에 더 힘든 것이 아닌가, 떠오르는 기억이 적으면 슬픔에서 조금 빨리 헤어 나올 수 있는 것 아닌가 싶어서 말이죠. 그런 의문으로 가득한 애도의 시간 속에서 만난 이 책은, 함께 나눈 기억 속에서 마주하는 일상이 어떻게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기억을 담은 이야기는 함께 먹던 아이스크림을, 함께 보던 영화를, 함께 떠났던 여행을, 함께 보던 밤하늘을 따라갑니다. 떠난 이의 멈춘 시간 속에서도 남은 이의 시간은 흘러가고, 무심하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는 일상 속에서도 우리는 사랑하는 이를 충분히 그리워하고 추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기억하고 있다면 떠난 자리에도 새로운 날들이 자연스레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을요.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면 저도 지금은 차마 들어가지 못하는 아버지의 방문을 열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그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었는지, 함께 먹던 음식과 함께 보낸 시간을 그와 함께 머물렀던 바로 그 자리에서 떠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비로소 그가 떠난 자리에도 일상이 스며들게 되겠지요.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이들, 사랑하는 존재와의 이별 후에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혹은 다가올 이별이 두려운 사람들에게 이 책이 따뜻한 곁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2024년 여름, 옮긴이 정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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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나는] 옮긴이의 말을 전합니다.
다비드 칼리와 모니카 바렌고가 그려낸 그리움을 위로하는 로맨틱한 이야기, 9월 초 출간 예정이에요. 사랑으로 충만했던 생의 빛나는 순간들로 가득하답니다. 이별과 상실, 그 후에도 바래지 않는 그리움의 아름다운 모양들을 곧 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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