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같은 날들이 흘렀습니다. 저는 책 마감을, 이치코 실장은 새로운 전시 준비를 하느라(전시 소식은 두 번째 레터에서 소식 전할게요. ;) 몇 주간 누구도 만나지 않고 이른 출근과 늦은 퇴근을 이어왔어요. 소묘 스튜디오도 아주 엉망진창입니다. 네, 이달의 '소묘의 여자들'은 쉬어가게 되었다는 변명을 이렇게 하고 있네요. 대신이라긴 멋쩍지만 무루 님의 신작 사전연재도 하고 있으니 새 책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게 더 좋겠죠? 그럼 <우리가 모르는 낙원>(이하 우모낙) 속 여자들을 전해볼게요. 함께 예습해요!
1. 에바 린드스트룀
"나는 린드스트룀 역시 한밤의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리라 생각한다."
첫 연재글로 전해드렸고, 책의 첫 글이기도 한 [고독을 위한 레시피]에는 무루 작가가 각별히 애정하는 에바 린드스트룀 작가의 이야기가 펼쳐지지요. 눈물로 마멀레이드를 만드는 <모두 가 버리고>뿐 아니라 이어지는 두 번째 글에서도 그의 작품을 깊게 다루고 있어요. 외로운 이들과 그들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린드스트룀의 그림들은 언제나 얼마쯤 비어 있는데요. 그래서 그 텅 빈 풍경이 품고 있는 린드스트룀의 다정한 목소리를 놓치기도 쉽습니다. 자칫 지나쳐버릴지도 모를 그의 매력적인 세계를 무루 작가의 시선과 문장들 따라 함께 읽어요.
"이 이야기가 품고 있는 신비로움과 다정함은 린드스트룀이 제시하는 하나의 전망이다. 세상의 라일라들은 어떻게 혼자인 채로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을까. 나를 잃지 않으며 세상과 조화할 수 있을까. 린드스트룀의 이야기 속에서 고독은 곧 실존의 증명이다."
• 우모낙에서 소개하는 에바 린드스트룀의 작품 <모두 가 버리고>, <돌아와, 라일라>
2. 요안나 콘세이요
"요안나 콘세이요는 '실패한 두 선 사이에 내가 그으려는 세 번째 선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세 번째 선을 그리지 않는다. 그건 그릴 필요가 없는 것이고, 존재하지 않음으로써 존재하는 것이며, 진짜는 언제나 실패한 두 선 사이의 진동으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연재 마지막 글로 전해드릴 이야기에는 요안나 콘세이요의 그림책이 등장합니다. 실은 5년 전 무루 작가의 첫 에세이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의 초고에도 있었지만, 아직 덜 익었다며(?) 빠지게 됐던 글이기도 해요. 5년이 흐른 동안 무루 작가는 콘세이요처럼 여러 선들을 그려냈던 거겠죠? 콘세이요는 "매일 밤 홀로 별을 만들듯 백지 위에 자신의 영혼을 수없이 펼쳐놓았"고, 그 별들이 품은 비밀을 섬세히 새겨낸 이번 글에서는 어쩐지 그 선들 사이의 진동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콘세이요 작품을 다룬 두 편은 제가 꼽는 이 책의 가장 애틋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이에요.
"이름 없이 그저 아무개 씨로 불렸던 남자처럼 오랜 시간 그는 아무도 모르게 홀로 별을 만드는 사람이었다." "작가는 닿을 수 없었던 마음과 시간들을 이야기로 잇고 그렇게 슬픔으로부터 스스로를 구한 것은 아니었을까."
• 우모낙에서 소개하는 요안나 콘세이요의 작품 <까치밥나무 열매가 익을 때>, <아무개 씨의 수상한 저녁>
3. 사라 스트리스베리
"미치지 않기 위해 글을 쓴다고 말했던 스트리스베리에게 야키와 소이는 다른 아이였을까."
스웨덴의 촉망받는 작가인 사라 스트리스베리는 소설가, 극작가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소설과 그림책으로 변주해 쓰기도 했어요. 서로 다른 결말을 가진 이야기를 오가며 무루 작가는 스트리스베리가 가진 슬픔과 상실이 명랑과 사랑으로 감싸이는 모습을 눈부시게 건져 올려요. 그리고 그 특유의 시적인 문장들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존재의 기원을 탐구하며 문밖의 세계로 무한히 접속되기를 꿈꾸는 목소리가 있다. (…) 스트리스베리의 목소리는 다성적이다. 마치 흐미(몽골의 전통 배음 창법으로 한 사람이 두 사람의 목소리를 내는 듯한 기법)로 부르는 노래처럼."
• 우모낙에서 소개하는 사라 스트리스베리의 작품 <여름의 잠수>(와 <사랑의 중력>), <우리는 공원에 간다>
4. 사라 룬드베리
"그러니 《내 안의 새는 원하는 곳으로 날아간다》 같은 이야기를 나는 시대를 초월한 연대의 이야기로 읽는다. 동시에 자신이 걷고 있는 길을 앞서 걷는 선배를 향한 연서로도 읽는다."
사라 스트리스베리와 함께 <여름의 잠수>를 만든 사라 룬드베리를 빼놓을 수 없죠. 그의 첫 그림책 <내 안의 새는 원하는 곳으로 날아간다>를 다룬 글은 이번 책 <우모낙>에서 가장 긴 분량을 자랑(?)합니다. 글의 제목은 '여성 창작자로 산다는 것'이고 그 글이 포함된 장chapter의 제목은 '자매들의 실뜨기'예요.(너무 좋지요?) <내 안의 새는 원하는 곳으로 날아간다> 속 주인공은 실존 인물로 스웨덴 여성 화가 '베타 한손'의 유년 시절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루 작가는 베타 한손과 더불어 할머니가 될 때까지 삶을 살아냈던 20세기 여성 예술가들을 한 명 한 명 호명합니다. 거의 작업 막바지에 들어온 글인데, 무루 님이 너무 많은 이름과 분량으로 원고를 줄여야 할까 물었을 때 저는 그대로 실어야 한다고 했어요. 룬드베리가 쓰고 그린 앞선 여성 작가를 향한 연서에 무루의 연서까지 더해진 글이라니- 아낄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레터 제목과도 꼭 어울리는 이야기예요. "외롭고 힘든 길을 씩씩하게 걸어간" 더 많은 여자들의 이름을, 책으로 꼭 만나주세요 :)
"요절한 천재나 비극의 주인공이 아닌 여성 예술가의 이름을 알게 되었을 때, 그리고 그가 무사히 노인이 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느끼는 안도가 있다는 것을, 나는 한손의 이야기를 읽으며 알게 되었다." "나는 보고 싶다. 오래오래 살아남아 웃고 있는 할머니들의 얼굴을. 좌절의 시기와 시시한 날들도 모두 견뎌 여든이 되어서도 쓰고, 아흔이 되어서도 그리는 주름진 손들을. 때로 넘어지고 물러서더라도 끝내 자신의 꿈과 함께 삶도 정성껏 돌보며 나이 들어간 여자들을."
• 우모낙에서 소개하는 사라 룬드베리의 작품 <여름의 잠수>, <내 안의 새는 원하는 곳으로 날아간다>
🌿 [우리가 모르는 낙원] 5월 20일 출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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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전연재 소식
무루 작가의 신작 에세이를 5월 1일부터 매주 목요일 3회에 걸쳐 레터 구독자 분들에게 미리 전하고 있지요. 이번 주 목요일(15일)에 약속된 마지막 글을 보내드릴게요. 답장 이벤트도 진행 중이니 잊지 말고 답장도 꼭 보내주세요. 큰 관심과 사랑 모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