꼿꼿하신가요? 저는 평생 꼿꼿해 본 기억이 없습니다. 꼿꼿하신가요? 저는 평생 꼿꼿해 본 기억이 없습니다. 늘 휘청휘청 낭창낭창 하였지요. 반면 이치코 실장은 지금 제 나이만큼 꼿꼿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조금씩 구부정해지더니, 아니, 그 올곧던 사람은 어디로 갔지요? 그리하여(?) 저희는 요가인이(!) 되었습니다. 저는 올 2월부터, 이치코 실장은 6월부터 요가를 시작했는데요. 시작하자마자 요가는 곧장 삶의 중심으로 들어왔습니다. 이치코 실장의 말에 따르면, "사무실은 일하는 곳이 아니라 저녁에 요가원을 가기 위해 잠깐 들르는 곳"이 되어버렸달까요. 저희는 이제 고양이 얘기 아니면 요가 얘기밖에 안 합니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에서 해준(박해일)이 서래(탕웨이)에게 이런 말을 하죠. "서래 씨는요. 몸이 꼿꼿해요. 긴장하지 않으면서, 그렇게 똑바른 사람은 드물어요. 나는 그게 서래 씨에 관해 많은 걸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요가로 정신 수련은 아직 머나먼 경지이고 일단 척추를 바로 세워볼게요. 그러다 보면 마음도 바로 설지 모르죠. 꼿꼿하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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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를 시작했습니다. 두 달 정도 됐습니다. 요가는 처음인데 저한테 잘 맞고 재미도 있습니다. 사실 운동이란 게 처음입니다. 청소년 시절까지는,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 못 하는 그 연령대의 인류가 대체적으로 그러하듯이, 제법 날뛰기도 했습니다. 축구도 하고 농구도 하고 탁구도 치고 많이 달리고 많이 걷고 산도 타고 담도 넘고(?). 그렇다고 운동을 좋아한 건 아니었습니다. 운동신경이 애매하게 중간이어서 축구를 할 때도 농구를 할 때도 스포츠 자체에 매력을 느끼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저 친구들이랑 천방지축으로 어울리는 경험이 좋았습니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여전히 구기종목을 즐기긴 했으나 운동이라고 불러도 될지는 모르겠네요. 당구와 족구.. 그마저도 20대 중반까지여서 신체의 노화가 시작되고 나서는 운동이란 걸 해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다행히 건강을 타고났습니다. 몸의 어디가 아프거나 문제가 된 적이 없습니다. 어릴 때 왕성하게 뛰어다닌 덕분인지 기초체력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질 못했죠. 젊을 때는 다 그렇잖아, 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네요. 맞는 말입니다. 웬만하면 그렇죠. (웬만하지 않은 사람들도 주변에 많긴 하지만..) 근데 저는 그 시기가 좀 길었던 것 같습니다. 꽤 오랫동안 멀쩡하고 팔팔했습니다. 신체 노화를 거의 인지하지 못한 채 40대 중반에 노안이 먼저 찾아왔으니까요. 하지만 천년만년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라 결국은 쇠락한 육체와 마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40대 후반에 들어서니 무언가 이상했습니다. 신체 시스템 여기저기에서 A/S 경고등이 켜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부위는 심하게 마모된 것 같았고 저 부위는 마치 윤활제가 모두 마른 듯 삐걱거리기 시작했고 또 다른 부위는 동력 부족으로 작동 범위가 현저히 줄었음이 느껴지는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당황스러웠습니다. 이게 내 몸이 맞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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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묘 중 가장 건강할 것으로 추정되는, 강모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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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운동을 시작, 했으면 좋았겠지만 아니었습니다.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만큼 건강에도 크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어디가 아프든가 해야 건강에 관심이 생길 텐데 워낙 멀쩡한 몸뚱이였으니까요. 신체의 노화를 그저 덤덤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이렇게 늙어가는 거지 뭐, 라는 마음으로요. 그런데 조금씩 노쇠해지는 육신이 점점 불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어깨 통증과 함께 팔을 움직이기 불편하다든가(오십견?) 허리가 자주 삐끗하면서 제대로 펼 수 없는 일이 생긴다거나(디스크?) 제대로 걷기 힘들 만큼의 무릎 통증이 찾아온다거나(인공관절이 필요한 걸까?) 하는 사건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오십견도 아니고 디스크도 아니고 잠깐 지나면 괜찮아졌지만 슬슬 위기를 느꼈습니다. 뭐라도 해야겠는걸. 하지만 운동을 시작하지는 않았습니다. (잠깐 파워 워킹을 부지런히 하기는 했네요.) 대신 집에서 스트레칭을 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상태가 꽤 나아지긴 하더군요. 하지만 운동을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이 스트레칭이라고 열심히 할 리는 만무하죠. 꾸준히 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젠 정말로 제대로 된 뭔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가 있었으니.. 자세가 구부정해지기 시작했음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대충격! 회사에 다니는 동안 오피스 의자라고 부르는 바퀴 달리고 등받이가 뒤로 젖혀지는 의자를 사용해 본 적이 없습니다. 늘 학교/카페 의자처럼 등받이가 고정된 것만 사용했습니다. (컴퓨터를 사용할 때) 등을 꼿꼿하게 세우고 일했기 때문에 그게 훨씬 편했습니다. 엉덩이가 불편한 의자라면 방석을 까는 정도면 충분했습니다. 자세가 바른 편이었고 그것에 나름의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어깨가 떡 벌어진 것도 근육이 탄탄한 것도 아닌 데다 약간은 동그랗게 배가 나온 보통의 아저씨 체형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꼿꼿한 기운을 풍기는 골격이었습니다. 외모에서 내세울 거라곤 그거 하나뿐이었는데, 그런 내가 구부정해지다니! 도저히 그냥 있을 수 없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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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묘 중 제일 꼿꼿하지만 서 있는 걸 좀처럼 볼 수 없는, 고미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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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이 서자 곧바로 요가원을 찾아가 1년 치 연간회원으로 등록했습니다. 요가원 선생님이 놀라시더군요. 연간회원은 일시 중단이나 환불이 안 되기 때문에 초면에(?) 받아주는 경우는 없다고 했습니다. 3개월 아니면 1개월이라도 다녀본 뒤에 결정하라고 했으나, 동거인이 3개월가량 그곳을 다니고 있던 터라 '이 사람은 괜찮을 거다'라는 보증을 섰고, 선생님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마지못해 수락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요가인(?!)이 되었습니다. 시작하자마자 요가는 곧바로 삶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사무실은 일하는 곳이 아니라 저녁에 요가원을 가기 위해 잠깐 들르는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요가를 가지 못하는 날은 최애 아이돌의 콘서트 표를 구해놓고도 갈 수 없게 된 심정을 느끼곤 했습니다. 이렇게까지 저한테 찰떡인 운동이 있을 줄이야. 놀라운 발견이었습니다.
그래 봤자 이제 2개월 된 초짜인 터라 수련 시간 내내 허우적거리며 덤벙대기 일쑤입니다. 뭘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고요. 그냥 눈치껏 자세를 흉내 내기 바쁩니다. 하지만 두 달간 요가를 하면서 하나는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한 시간 동안 각종 요가 동작을 따라 하며 처절하게 몸으로 느꼈습니다. 비대칭. 제 몸의 대칭이 얼마나 무너졌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똑같은 동작이라도 왼쪽으로 할 땐 어느 정도 되는 듯하다가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꾸면 엄두가 안 날 만큼 뻣뻣해지고, 가만히 서 있거나 심지어 누워 있을 때조차 몸의 중심이 흐트러지며 흔들리는 걸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이상하다 정도였는데 요가를 계속하다 보니까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척추, 꼿꼿함의 근본이 되는 척추가 이 비대칭의 근본적 원인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요가를 정신의 수련이라고 하지만 저한테는 꼿꼿함을 되찾는 일이 더욱 중요한 일이므로 요가의 목표가 생겼습니다. 척추를 바로 세우자! 기립근을 든든하게 기르자! 그래서 다시 꼿꼿한 사람이 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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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척추는 일반적으로 33개의 척추뼈가 있으며 경추 7개, 흉추 12개, 요추 5개, 천추 5개, 미추 4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중 천추와 미추는 성인이 되면서 각각 하나로 합쳐져 천골과 미골을 형성하기에 실제로는 26개의 뼈로 구성된 것처럼 작동합니다. 신체의 중심을 잡아주는 26개의 뼈, 적당한 건지 부족한 건지 알 수 없지만 우리는 그 척추로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100미터를 10.49초에(1988년, 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스), 42.195km를 2시간 15분 50초에(여자 선수들만 뛰는 대회 기준, 2025년, 티그스트 아세파) 달릴 수도 있고 맨몸으로 2.1m의 장애물을(2024년, 야로슬라바 마후치크) 뛰어넘을 수도 있습니다.(남자 선수들의 기록은 자주 호명되기에 여자 선수들의 세계기록을 적어봤습니다.) 우리와 똑같은 척추로 그렇게 엄청난 육체적 성능을 발휘하다니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 대단한 척추를 가진 존재들이구나!
하지만 지구의 다른 생명체로 눈을 돌려보면 얘기가 좀 다릅니다.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척추를 가졌다고 해도 무방할 존재들이 우리 옆에 늘 있으니까요. 바로 고양이들입니다. 고양이의 척추는 경추 7개, 흉추 13개, 요추 7개, 천추 3개, 미추 (개체마다 다르나 일반적으로는) 22개 전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경추를 제외하면 (경추는 일부 나무늘보 등을 제외하면 포유류 공통으로 7개라고 합니다. 기린까지도!) 흉추, 요추, 천추 모두 사람보다 1~2개가 넉넉하고, 인간에게는 퇴화기관으로만 남은 꼬리에 무려 22개의 뼈를 몰빵(!)해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꼬리가 짧은 고양이도 당연히 아름답습니다.) 고양이는 꼬리뼈를 제외하면 고작 너덧 개의 뼈가 더 있을 뿐이지만 인간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기묘한 자세를 취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육상선수의 세계기록쯤은 우습게 보일 정도의 운동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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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작업하는 동안 서점원Q의 엽서와 편지 뭉치를 토템처럼 곁에 두었습니다. 리브레리아Q에서 첫 주문으로 책과 함께 멋진 필체의 엽서를 받아본 게 2020년 10월이에요. 봉투에서 비밀책(당시 이름은 온라인북Q)을 꺼내자마자 이런 감상을 남겼습니다. "타협 없고 뚝심 있는-" 그 후로 지금까지 몇 통의 엽서와 편지, 책과 차를 받아왔는지 모르겠어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아직 다 읽지 못한 책이 더 많지만, 서점원Q가 골라준 책들이 제 서가 한켠을 채우고 있다는 사실이 늘 든든합니다. 저에게 책은 단순히 읽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나침반 같은 것이어서, 책장에 꽂아두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나아갈 지도를 그린 기분이 들거든요. 서점원Q가 건넨 엽서와 편지를 곱씹으며 책등을 바라보자면, 그 책을 고른 마음과 태도가 잠잠하게 스며들어 제 지도 속 경계는 넓어지고 희미했던 부분은 선명해지곤 했습니다. <고르는 마음>의 본문에는 비밀Q 편지 열두 통을, 말미에는 서점원Q가 그동안 고른 책들 가운데 일부를 부록으로 실었어요. 저처럼 누군가의 서가에도 '든든한 자리'를 지켜줄 책이 한 권 더 놓이기를, 책을 고르고 건네는 마음의 힘이 오래도록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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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루 에세이 전자책 출간 소식을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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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요리하기 좋은 시간이다." _<우리가 모르는 낙원>
"가까운 사람이 아이를 가지면 선물하는 그림책이 있다." _<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개정판
두 책 속 첫 챕터의 첫 문장을 소개해 봅니다. 마지막 문장까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전자책이 출간되었어요. 기다려주신 분들께 반가운 소식이길 바랍니다.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 리디북스에서 만나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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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1일로 잡혀 있던 북토크가 사정상 9월 11일로 연기되었습니다. • 일정 및 장소 : 9.11(목) 저녁 7시 30분 | 리브레리아Q(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덕2로65번길 16-5)• 신청 공지는 추후 리브레리아Q 인스타그램을 참고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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