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묘 책방을 닫으면 회사원이 될 거라고 하셨는데 뜻밖의 다채로운 기회들을 마주하고 계시네요! "살수록 '사는 운'이, 쓸수록 '쓰는 운'이 쌓인다는 걸 알겠다"라고 저희 책 <매일을 쌓는 마음>에 쓰셨잖아요. 그동안 어떤 운을 쌓아오셨다고 생각하세요?
혜은 저의 모든 근황이 전부 누군가와 함께 하는 일이네요.^^; 최근에 또 다른 친구가 마흔 살 즈음부터는 회사 밖에서도 자기만의 뭔가를 만들어볼 거라는데, 그때 꼭 너와 함께 할 거야,라고 하더라고요. 농담이라는 걸 알지만 약간의 진담도 섞여 있는 게 느껴져서 웃겼어요. 사실 저는 오롯이 저 혼자 있는 시간을 가장 사랑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제 곁에서 쌓아지는 건 늘 '이 삶을 협업하는 운' 같아요.
소묘 너무 멋진 운이다. 연말이면 한 해의 운세도 보곤 하잖아요. 혹시 올 한 해가 운세대로 흘러갔는지? 새해 운세도 보셨을지 궁금해요. ;-)
혜은 저는 주간, 월간마다 별자리 운세를 보고 가끔은 유튜브로 제너럴 타로도 보곤 하는데, 사실 아무리 좋은 말이 나와도 기억력이 나빠서 금방 다 잊어버려요. 순간의 기쁨, 혹은 순간의 염려 정도만 느끼고 마는 거죠.^^; 그런데도 계속 운세에 흥미를 갖는 건 <매일을 쌓는 마음>에서도 썼듯이, 좋은 운이든 나쁜 운이든 나에게 어떤 '운'이 있음을 확인하는 행위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아요. 사실 확인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없는 셈이 되는 거잖아요.
그러고 보니 일기 쓰기와 비슷한 맥락이 있네요. 저에겐 기록하지 않고 지나간 하루는 그냥 없던 날이 되어버린다는 감각이 있거든요. 내가 분명히 살아냈지만,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날로 하루가 사라지는 것보다는 즐거웠던 날도, 꽤나 힘이 들었던 날도 나에게 '있었음을' 남겨두는 편이 저는 좋더라고요. 그게 저를 지지해 온 오랜 방식 중 하나여서 그런 것 같은데, 운세를 확인하는 일도 꼭 그렇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모 금융회사에서 공유한 신년운세로 2026년의 운을 가벼게 점쳐봤는데요. 엄청나게 좋은 거예요. 감탄만 나오는 해석 와중에도 참 웃긴 게, 이런 말이 있더라고요. "괜한 횡재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자신의 노력의 결과임을 알아야 합니다. 노력하여 얻은 것을 어찌 횡재라 하겠습니까?"
큰 행운들이 오긴 오는데, 사실 내가 무지 노력해서 얻는 일이겠구나. 근데 그런 모양이 너무 저다운 것 같아서, 말도 안 되게 기쁜 예고들에 오히려 신뢰가 갔답니다. 내년이 기대가 되어요(?)
"오늘 내가 가장 마지막으로 한 일"
소묘 말씀하신 것처럼 혜은 하면 '일기인간'을 빼놓을 수 없잖아요. 첫 책이 <일기 쓰고 앉아 있네, 혜은>이고 저희 <매일을 쌓는 마음>을 차지하는 큰 부분도 일기예요. 여러 일기(!)를 쓰고 계실 텐데 일기 쓰기의 루틴도 궁금해요.(저는 틀려먹었어요… 빈칸이 더 많아요… 매번 우리 책 보면서 마음을 다잡아요…)
혜은 가장 클래식(!)한 방식으로 쓰는 것 같아요. 아침에도 써보고, 한낮에 밀린 일기를 써본 적도 있지만 역시 하루 끝에서, 자기 직전에 쓰는 게 저에겐 가장 잘 맞더라고요. 여전히 '일기 쓰기가 오늘 내가 가장 마지막으로 한 일'이 되는 게 좋습니다. 이걸 지키기 위해서는 그 앞의 하루들이 제법 정돈이 잘 되어야 해서 더욱 이 루틴을 지키는 걸 좋아해요. 특별히 과로를 하거나 특별히 나태하거나 혹은 특별히 흥청망청하거나 하면, 가장 마지막에 쓰는 일기가 금방 피곤한 일처럼 여겨지거든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그렇게 느끼면서 하는 게 싫어서, 하루를 좀 빠듯하게 보내더라도 일기장 앞에선 다소간 뿌듯한 마음으로 앉고자 해요. |